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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민간단체가 시작한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 첫 개시

“내일 눈을 감아도 누군가 나의 마지막을 지켜준다” 11명의 어르신이 남긴 울림

민간단체가 시작한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 첫 개시

[경기시사투데이] 용인시에서 공식 인준받은 비영리 민간단체 해오름 장례지원센터(대표 윤상형)는 12월 9일(화) 기흥구 신갈동 아름다운미래커뮤니티(재가무료도시락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 서명식을 열고, 첫 참여자 11명을 배출하며 사업 개시를 공식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기관 임원 및 지역 어르신 등 30여 명이 함께해, 지역사회가 ‘존엄한 마지막’을 함께 준비하는 새로운 복지 흐름을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홀로 살아가는 많은 어르신에게 ‘마지막 순간’은 오래된 두려움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거나 돌봄체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내 죽음의 순간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라는 불안은 늘 마음속 그림자처럼 남아 있었다. 이러한 상실과 고립을 완화하기 위해 용인시는 지난 7월부터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민간단체가 주도해 지역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첫걸음을 내딛게 된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은 가족이 없거나 관계가 단절된 어르신이 생전에 스스로 ‘내 장례를 맡아줄 사람’을 지정하는 서비스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두려움이 아니라,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권리가 되는 셈이다.

신갈동 푸드뱅크에서 만난 정순철(84) 어르신은 지정서를 작성한 후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장례를 맡아줄 사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얼마나 놓이는지 몰라요.

.”또 다른 참여자인 이명순(79) 어르신 역시 생전 처음으로 ‘마지막 준비’를 마친 뒤 깊은 안도를 전했다.

“형제들이 멀리 살아 늘 불안했어요.

용인시가 내 장례를 챙겨준다고 하니 참 고맙고 마음이 편합니다.”

짧은 한마디, 떨리는 목소리에는 긴 세월 쌓였던 불안이 비로소 풀려나가는 듯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홀로 생을 마친 노인은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어 빈소도 없이, 지켜보는 이 하나 없이 급히 장례가 치러지는 안타까운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어르신 스스로가 자신의 마지막을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존엄한 죽음’이라는 복지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용인시 공영장례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P씨는 현장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심스럽지만, 웰다잉 교육과 생전정리의 의미를 말씀드리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특히 치매를 앓는 어르신이 지인의 손을 잡고 지정서를 작성하시던 순간은…정말 눈물이 날 만큼 보람 있었습니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 과정은 오히려 남은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해오름 장례지원센터를 이끌며 용인시 공영장례 서포터즈를 운영 중인 윤상형 용인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존엄한 죽음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도 홀로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역사회가 지켜야 할 책임입니다.”

용인시는 올해의 경험을 기반으로 용인시사회복지협의회, 사단법인 세아별, 노인돌봄지원센터, 지역 복지관과의 협업을 통해 내년부터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현행 무연고 사망 절차는 ▲시신 수습 ▲가족관계 확인 ▲행정 처리,등 으로 최소 2주에서 한 달 이상 소요되며, 이 과정에서 시신 훼손, 행정 비용 낭비, 장례의 비인간화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은 매우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민간단체가 시작한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 첫 개시

삶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존엄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용인의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사업은 크지 않은 예산으로도 큰 울림을 만들어내며, 한국형 지역복지 모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정책, 그것이 지금 용인에서 조용히 확산되고 있는 변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통합 복지행정망인 ‘e-행복시스템’과의 연계 역시 추진 단계에 올라 있다.

사전 장례주관자 지정 정보가 시스템에 입력·활용되면, 돌봄, 위기관리, 장례 지원이 하나의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기반의 종합복지 모델로 확장될 전망이다.